자유게시판

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제한없이 올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. 다만 눈쌀이 찌뿌러지는 글이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합니다.
  • 돌아가기
  • 아래로
  • 위로
  • 목록
  • 댓글

내겐 너무 고통스러운 외로움

허정 1488

13

2
저녁에 집엘 들어오다 보면 복도부터 음식냄새가 날 심란하게 한다.
집안에 들어와 베란다 문을 열어젖히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...
할 일을 다 하고 책상앞에 앉아 있노라면 솔솔~ 코끝을 파고드는
김치찌개, 된장찌개 냄새가 문득 날 서럽게 한다.

우리집에서 이런 냄새를 맡아본지가 언제이던가.
사용하지 않아 물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라버린 씽크대,
냉장고안엔 생수병만 그득하다.
어울리며 살아야 하는데...
지지고 볶으면서 우당탕 큰 소리도 내고
그래야 사는 맛이 나는데...

이건 뭐 절간보다 더 조용하고 가라앉아 있으니 내가 살겠냐고...ㅠㅠ
우리집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의도적으로 크게 틀어놓은 음악소리뿐 이다.
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랑 샤워할 때 나는 물소리가 전부다.
내가 입열지 않으면 기침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집은 그야말로 죽은 집이다.

그래서 난 늘 밖으로 도는 버릇이 있다.
혼자가 되는 순간이 두려워 사람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 한다.
엊그제는 북적대는 포차에서 술 한 병을 비우고 일어섰다.
남들은 떠들고 때론 큰 소리로 다투기도 하면서 어울릴 때
난 시간을 죽이는 힘든 실갱이를 하며 바닥도 보지 못하고 일어서
그 자리를 도망치듯 나오고 말았다.

이젠 절대 혼자 술집을 찾지 않겠노라 생각하며
올려다 본 하늘이 너무 높고 슬펐다.
낮엔 파랗던 하늘이 밤엔 암흑으로 내 머리위에 있었다.
이제 가끔은 하늘도 올려다 보면서 살아야지.
내게도 하늘은 남들에게 있는 것 처럼 늘 있었던 것을 잊고 살았다.

누구집인지 가족이 아직 다 안 모였나?
김치찌개냄새는 여전히 나네.



신고공유스크랩
2
Ador 2009.07.28. 09:44
..... 홀로 사는 즐거움도 찾아지기를 바랍니다.
김치, 된장찌개도 끓이시면서요~~
허정 글쓴이 2009.07.30. 08:32
지나치지 않고 어루만져 주심을 잊지않겠습니다...^^;
댓글 등록
취소 댓글 등록

신고

"님의 댓글"

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?

댓글 삭제

"님의 댓글"

삭제하시겠습니까?

목록

공유

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
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
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오작교 22.04.26.16:57 183609 0
공지 테이블 매너, 어렵지 않아요 2 오작교 14.12.04.10:33 195347 0
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오작교 14.01.22.17:09 213723 0
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3.06.27.09:38 215694 0
3792
normal
데보라 09.08.18.01:48 1497 +6
3791
normal
동행 09.08.15.11:50 1515 +10
3790
normal
별빛사이 09.08.13.09:56 1884 +7
3789
normal
허정 09.08.11.02:24 1399 +7
3788
normal
동행 09.08.10.17:17 1390 +7
3787
normal
장길산 09.08.02.17:41 1640 +12
3786
normal
허정 09.07.30.11:41 1373 +13
3785
normal
동행 09.07.29.06:18 1565 +9
3784
normal
Ador 09.07.28.07:23 1657 +10
3783
normal
장길산 09.07.27.14:57 1294 +11
3782
normal
허정 09.07.26.11:17 1544 +10
normal
허정 09.07.25.10:23 1488 +13
3780
normal
별빛사이 09.07.23.11:22 1490 +13
3779
normal
허정 09.07.19.06:15 1297 +10
3778
normal
장길산 09.07.14.12:19 1548 +15
3777
normal
허정 09.07.13.16:30 1561 +16
3776
normal
장길산 09.07.13.15:54 1447 +12
3775
normal
허정 09.07.11.11:34 1836 +14
3774
normal
별빛사이 09.07.07.21:37 1529 +15
3773
normal
말코 09.07.04.18:06 1658 +12